# by 네삐행자 | 2006/03/02 01:19 | 트랙백 | 덧글(0)
세상에는 다양한 외로움이 있다. 온세상의 커피 브랜드를 다 합친 것보다도 더 다양한 외로움이 있다.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의 외로움이 있는가 하면, 합판절삭공장 노동자가 느끼는 외로움도 있다.
연인과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고,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도 외로움은 찾아올 수 있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 검정색 차창에서 외로움에 절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자신의 외로움을 주변사람에게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느날 저녁 "그냥 어디있나해서 걸었다" 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으셨던 나의 아버지처럼...
자신의 외로움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사로운 문자메세지를 보내기도 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옷차림을 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분위기의 옷차림을 하기도 하며, 혼자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혹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다가 신호음만 듣고 끊어버리거나....
설연휴 동안 내려가지 못한지도 3년이 되어간다. 3년전에는 선거캠프 일로, 작년에는 바쁜 일을 핑계로, 올해는 또 이런저런 핑계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저께는 동생과 같이 장을 보러갔다. 영화 의상일을 하는 동생이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닌데, 이번 설에도 촬영이 겹쳐서, 내려가지 못했다.
설날에도 일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일정이 취소되어서 덕분에 오랜만에 같이 장을 보러 갔다. 저녁에 같이 오징어 튀김 요리를 해 먹기로 하고, 집에 와서 같이 청소를 했다.
청소를 다 마치고, 잡지를 뒤적이고 있는데 친구녀석의 전화가 왔다.
"바쁘냐? 설연휴라 장사도 안되고, 가게 문닫았다. 같이 볼링이나 한게임 하자~"
"그래..머 바쁘진 않은데..."
"얼른 와~"
망설이다 나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동생은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는 볼링게임이라 그런지, 오른쪽 손목이 욱신욱신 쑤셨다. 세 게임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고,
집에 들어오니, 튀김 요리 냄새가 집안에 베어 있었다.
그때서야 동생과 같이 튀김요리를 하기로 하고 장을 본 것이 떠올랐다.
아차! 후회를 했지만... 동생은 자고 있었고, 부얶에는 혼자서 요리를 한 흔적이 있었다.
그 때 처음 알았다. 오징어 튀김 냄새가 사람을 그토록 미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지만, 오랫동안 튀김요리 후의 그 특유의 냄새는 잘 빠지지 않았고, 홀로 요리를 해서 먹는 동생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쇄골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독한 술을 넘길 때나 느낄 수 있었던 쓰고 무거운 기운이 가슴속부터 올라왔다.
그깟 오징어튀김이 머길래, 사람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건지...
그 날 저녁, 동생이 보냈던 외로움의 신호... 오징어 튀김 냄새는 계속 내맘을 무겁게 만들었다. 외로움의 신호를 나는 그렇게 무시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었나보다.
무심한 오빠가 되어버린 나는 잠자리에 누워 천정을 보며,
태어날 때부터 손에 움켜쥐고 나온 듯 한, 피할 수 없는 외로움에 대해 천천히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그저 여자친구를 사귀고,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것이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최적의 처방인 듯 대부분 말하지만,
다양한 이유가 있는 외로움이니만큼, 그런 처방은 단순히 배가 아프다는 이유 하나로 소화제를 처방하는 것과 같다.
그 무엇보다도 먼저 외로움의 이유를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때 쯤, 눈이 스르르 감기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동생은 일찍 영화촬영장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연휴 후유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연휴 마지막날에는 운동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보내는 것이 좋다.
검도장에서 혼자 연습하고, 저녁 8시쯤, 전날은 문을 열지 않았던 이마트에 갔다.
운동을 하고 나면 딱히 음식이 땡기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별로 사고 싶은 것이 없었다. 강아지 사료가 마침 떨어져서 사료코너로 갔다. 울집 강아지는 사료를 종종 가린다. 그래서 사람먹는 음식보다 더 신중히 사료를 골라야 한다.
계산을 하고, 밖에 나오니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고 있었다. 집에 왔지만 동생은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산이나 가지고 갔을라나...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야?"
"집에 가는 길, 강서구청 지나는데 왜?"
"비오더라, 내가 델러 갈께 육교앞 에서 내려"
어제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이렇게 마중을 몇 번이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육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생을 차에 태웠다.
"마트가서 장봤는데 딱히 살게 없어서, 슈슈 사료만 샀어."
"머야? 진짜 그거 달랑 하나 산거야? 오렌지쥬스도 사지...감기기운이 슬슬 도는데... 어제부터 오렌지쥬스가 땡겼단말야. "
"감기랑 오렌지쥬스랑 무슨 상관인데?"
"오렌지쥬스가 이렇게 땡길 때는 꼭 감기가 걸리더라구~"
"그게 말이되? 오렌지쥬스랑 감기랑? 아..알았어...편의점이라도 들려서 사가지 머..."
# by 네삐행자 | 2006/02/01 01:03 | 다이어리 | 트랙백(1) | 덧글(98)
세상 어디에나 갑과 을의 관계는 존재하고,
계급구분도 나누어진다는 슬픈 법칙을 요즘 확실히 깨달았네요. 씁쓸하네요... # by 네삐행자 | 2005/12/14 23:19 | 트랙백 | 덧글(1)
팔아.. 팔아.. 얼마나 아프니? 밤새 엎드려 자버린 내몸에 깔린 채 장장 7시간을 압사의 공포에서 보낸 오른 팔아... 살아는 있니? 니가 무슨 죄겠니. 잠버릇 고약한 몸뚱이 가진 주인을 원망하렴. 아아 감각도 안돌아온다고? 팔아.. 팔아.. 오른 팔아.. 네 덕분에 내가 밥벌어묵고 산다는 거 모르는 내가 아닐진데... 이리도 너의 은혜를 몰라주고, 고통을 주는 이 주인을 용서하렴~ 저린 손끝... 피멍든 것처럼 아파오는 팔뚝... 세월이 다 해결해 줄 거라 믿고... 우리 부디... 영영세세 행복히 살자꾸나~! T_T # by 네삐행자 | 2005/11/22 11:49 | 트랙백 | 덧글(4)
어제밤 갑자기 마치 에일리언이 뱃속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아파오는 통에
응급실가서 진찰받고 주사맞고 그리고도 밤에 잠을 설쳤는데, 맙소사 오늘은 야비군... 야비군 야간 훈련이 있었던 거시었습니다. 야비군 집합장소인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이미 많은 야비군들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꽃과 연기꽃을 마구마구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담배 안피우는 사람에겐 이거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저녁6시부터 밤12시까지 담배연기속에서 있자니, 아주 훈제소시지 되는 느낌이에요. 갑자기 막 현기증이 밀려오데요~ 그러던 중 동대장 왈 목진지 정찰 간다고 모이랍니다. 개화산역지나서 개화검문소까지 걸어가야한답니다. 늘 출근길로 다니던 길이지만 군복입고 걸어가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지나가던 행인들 못볼 것을 본 것처럼 길을 열어줍니다. 홍해갈라지듯 열리는 길이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시선이... 싫습니다. 불쌍해하면서도, 상대하고싶어하지는 않아하는 그 시선이... "제길! 나도 어제까지만 해도 당신들처럼 이 시간에 치킨집에서 맥주마시고 놀던 '인간'이었다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습니다. 개화검문소 가는길에 민가(민가..이제 민가라는 말이 막 나옵니다.) 를 지나가는데, 동네 개들이 아주 미치도록 짖습니다. 그토록 미치게 짖는 건 처음입니다. 혹자는 총냄새 맡아서 짖는거라고도 하고, 혹자는 군복냄새 맡아서 짖는거라고도 합니다만... 그래도 동족으로 보여서 짖는건 아니겠지..라는 위안을 가져봅니다.. 이래저래 끌려다니다보니 밤 12시 가끼이 되었습니다. 영악한 동대장들 총만 거둔다음 신분증 안나눠줍니다. 강평인지 먼지 한다면서, 신분증 나누어주면 다 도망갈 거라고 안나눠주는 거랍니다. 마음속에서 "@)@)!)(!&^#(^(ㄸㅉ^ㅃ(^(*^#$@!(#^#(@^~" 라는 생각이 듭니다. 뱃속에서 에일리언이 한마리 더 있었는지 살살 아파옵니다. 이번에는 이 에일리언 녀석이 나오려는게 아니라 밥 좀 달라고 그러나 봅니다. 어휴.. 그러고보니 저녁도 못묵고 훈련받으러 간 겁니다. 내년에 또 이렇게 훈련 받아야한다니 착참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슴까.. 우리동네 우리가 지켜야지.. 국회의원들이 지켜줄것도 아니고.. 재벌들이 지켜줄 것도 아니니.. # by 네삐행자 | 2005/09/28 01:17 | 다이어리 | 트랙백 | 덧글(2)
![]() 기억력이란 필터와 같다. 잊어버려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할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바로 기억력이 아닐까... # by 네삐행자 | 2005/09/17 20:50 | My Paintings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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